윤양호 작가노트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하여 삶의 과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색을 칠하기 전에 많은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이미지들이 만들어 진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은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미지들이 약화되거나 사라진다. 표면에 다시 나타나는 원형의 이미지들은 반복되는 가운데 다양한 변화를 한다. 즉,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이치를 작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단순화시켜 상징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단순하다는 것은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관객의 생각을 도입시키므로 해서 단순함은 곧 다양한 생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의 도형은 순환을 상징한다. 자연이 순환하며 변화하듯이 나의 삶도 변화하며 순환한다.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되는 순환의 과정을 관조하며 내면에 존재하는 깊은 울림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원형의 내면에는 많은 선들이 그어져있으며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변화와 조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2개의 개념(음양)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음양을 분리하면 둘이 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이다 (예를 들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다르다고 하여 100원짜리 동전이 200원이 되지 않은 것처럼)
생각은 변화한다, 하지만 커다란 틀에서 보면 자신의 굴레를 빙빙 돌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작품의 주제인 “Zen Geist- 아는 것을 버리다”는 지금까지의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다. 예술에 대한 이해는 학습에서 오는 것보다 자신의 체험과 내적관조를 통하여 오며, 나아가서 자신이 생각하고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상들도 모두 버릴 때 진정한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상징화된 원형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청색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아무런 문제도 없고 아무런 편견과 갈등도 없다. 단 지혜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문제들이 사실은 자신의 관점에서 비롯되었다고 느끼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이나 사상, 이념, 가치 등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고집할 때 문제는 발생하는 것이다.
무유정법(無有定法)-세상에 정법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논리와 생각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인식의 오류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혜의 시각으로 세상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커다란 화면에 작은 원형을 제시하며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원형의 이미지들이 변화와 조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반복하는 가운데 변화하며 변화하는 가운데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를 새롭게 해석하여 표현하였다. 생각의 굴레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많은 시간 학습을 통하여 인지된 내용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인식 되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할 것이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경험과 학습된 관점들을 버려야 한다. 흐르는 물은 다시 그 자리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과거의 관점으로 현재를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며 현재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의 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아는 것을 버린다는 것은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 사고를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작가노트에서 일부발췌